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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과학적 사유와 인간 이해] 시대와 새로운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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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위험, 윤리, 거버넌스 : 과학 기술의 공적 의의 (윤정로)


과학 기술은 인간이 지적 호기심을 통해 얻은 가장 체계적인 지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적 호기심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고, 지적 호기심의 추구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과학 기술은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과 결속력을 강화하고 위신을 높이는 상징적 의미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기를 바라는 사회적 열망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과학 기술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과학 기술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 진위 판단, 신념과 가치 체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며 근대 문명과 세계관의 토대가 된다. 요컨대 '과학 기술은 문화'라는 것이다. - 15p.



○ 신경과학의 이해 : 뇌, 현실, 기계 지능 (김대식) 


움베르트 에코의 유명 소설 『장미의 이름』에 인생의 허무함을 표현하는 "그 아무리 아름다운 장미도 결국 남는 건 이름 하나뿐이다." 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름 외에도 남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장미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다. 우리가 치매를 두려워하는 건, 기억을 잃는 순간 '나'라는 존재가 더 이상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아닐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 49p.


눈은 마음의 창문이 아니다. 직접 보고 듣는 그 자체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기에, 우리가 지각하는 세상엔 언제나 뇌의 수많은 과거 경험과 미래 희망과 현재 가설들이 포함되어 있다. 현실은 뇌가 보는 것이 아니다. 뇌가 아는 것을 보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 54p.



○ 생물학, 진화론, 인간 이해 : 인간 본성의 진화론적 이해 (장대익)


진화생물학자 마이어(Ernst Mayr)에 따르면 다윈의 진화론 패러다임은 다섯 개의 핵심 주장으로 이뤄져 있다. 그것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D1) 진화 그 자체(evolution as such): 세계는 항구적이지도 최근에 창조되지도 영구적으로 순환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꾸준히 변하고 유기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다는 이론이다.

(D2) 공통 계통(common descent): 이 이론은 유기체의 엄청난 다양성의 기원을 설명한다. 어떤 종이 다른 종들로 갈라지거나 지리적인 격리가 일어나 새로운 종으로 가지를 침으로써 종이 분화된다고 가정한다.

(D3) 종의 분화(multiplication of species): 이 이론은 유기체의 엄청난 다양성의 기원을 설명한다. 어떤 종이 다른 종들로 갈라지거나 지리적인 격리가 일어나 새로운 종으로 가지를 침으로써 종이 분화된다고 가정한다.

(D4) 점진론(gradualism): 진화는 새로운 유형의 개체들의 갑작스러운(도약적인) 변화가 아니라 집단의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서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D5)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유전적 변이들이 존재하고, 그중 어떤 것이 다른 거에 비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며, 그 변이 중 일부가 다음 세대에 대물림되는 경우라면 자연 선택이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이 중에서 다윈의 가장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자연 선택과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D2), (D3), (D5)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다윈의 진화론을 자연 선택 이론으로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윈 이래로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이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가 어떤 조건하에서 일어나는지를 탐구해 왔다. 그들은 대체로 세 가지 서로 다른 조건들이 만족될 때 자연 선택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논증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N1) 변이 조건: 상이한 요소들이 계속해서 풍부하게 존재한다.

(N2) 복제 조건 혹은 유전 조건: 그 요소들은 복사본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그 자신의 복사본이다.

(N3) 적합도 조건: 어떤 요소의 복사본 수는 그 요소의 특성과 외부 환경의 특성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화의 '대상'에 대한 세부 사항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연 선택 원리'란 어떤 대상이든 위의 세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진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이런 일반성과 간결성 때문에 진화생물학자들은 자연 선택 이론을 '보편 다윈주의(universal Darwinism)'라고 부르며, "복제자의 차별적 생존에 의한 진화"로 규정하기로 했다.

보편 다윈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N2)이다. 이는 어떤 대상이든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하기 위해서는 복제자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 즉 대물림 메커니즘을 지녀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렇다면 복제자(replicator)란 정확히 무엇인가? 도킨스(Richard Dawkins)는 복제자가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어떤 것" 혹은 "외부 세계(다른 복제자들까지 포함)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자기 자신의 복사본을 만드는 존재자"라고 규정한다. 물론 유전자는 복제자의 범례이다. - 68~70p.



저녁 무렵 슬그머니 풀잎 정상을 향하는 개미들이 있다. 그들은 새벽까지 풀잎을 꽉 깨물고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뭔가 이유가 있는 행동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 행동 때문에 개미는 풀을 뜯기 시작한 양이나 소에게 잡아먹힌다. 마치 '나 잡아 드세요.'라는 자살 행동같다. 개미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비밀은 '창형 흡충'이라는 기생충에 있다. 이 기생충의 '꿈'은 번식의 파라다이스인 양의 위장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그 꿈을 이룰 능력이 없다. 그래서 개미의 뇌를 감염시켜 양에게 쉽게 잡아먹히도록 개미를 조종하는 것이다.


이 무서운 이야기는 곤충을 넘어 포유동물까지 이어진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심하게 용감해진다. 대개 고양이 오줌 냄새를 맡은 쥐는 고양이의 존재를 느끼고 도망가는데 이 감염 쥐에게는 그런 공포감이 발현되지 않는다. 고양이의 위장에 가서 맘껏 번식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톡소포자충이 쥐의 행동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에 뇌를 감염시키는 것은 기생충이 아니라 밈이다. 밈은 자신의 운반자를 돌보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유전자와 다른 유전자, 유전자와 밈, 그리고 어떤 밈과 다른 밈 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복제자 전쟁터'이다. 이 점이야말로 밈 이론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 98~99p.



○ 지구의 역사/인간의 진화 : 아름다운 지구, 몇 가지 큰 질문들 (김경렬)


끊임없이 지구 모습이 변하면서 바다의 흐름이 바뀌고 또한 공기의 흐름이 바뀌며 오늘의 지구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난 2억여 년 동안 지구가 변해 온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지금의 지구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지구 46억 년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지구가 갖춘 후에 우리가 지구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이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닐까? 아름다운 지구를 더욱 아끼고 가꾸고 사랑하며 또한 우리의 삶을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 131p.



○ 학문의 경계와 융합 : 두 문화의 합류를 위하여 (김상환)


"모든 학문은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다. 어떠한 학문도 각자 자기에서 비롯되는 다른 학문들 없이, 그래서 상호 연쇄적인 전체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는다면 완전하게 파악될 수 없다." - 163p.


과학은 원래 이야기와 갈등 관계에 있다. 과학적 기준에서 볼 때 대부분의 이야기는 우화들로 간주된다. 그러나 과학이 유용한 규칙 적합성을 발언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진리를 탐구하는 한에서, 과학은 자신의 게임의 규칙을 스스로 정당화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은 자기 고유의 위치를 넘어 철학이라 불리는 정당화 담론으로 나아간다 - 198p.



<과학적 사유와 인간 이해>

윤정로, 김대식, 장대익, 김경렬, 김상환

민음사, 2014



과학적 사유와 인간 이해
국내도서
저자 : 윤정로,김대식,장대익,김경렬,김상환
출판 : 민음사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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